스플릿 시트 없이 작업하면 3년 뒤에 생기는 일
지분 다툼은 곡이 안 될 때가 아니라 잘 될 때 터집니다. 그때는 이미 기억이 다르고 증거가 없습니다. 작업 당일에 10분이면 끝나는 일입니다.
작업실에서 넷이 모여 곡을 만들었습니다. 한 명이 코드를 잡고, 한 명이 멜로디를 붙이고, 한 명이 가사를 쓰고, 한 명이 편곡을 했습니다. 그날 아무도 지분 얘기를 안 했습니다. 어색하니까요.
3년 뒤 그 곡이 드라마에 들어갑니다. 이제 네 명의 기억이 다릅니다.
왜 잘 될 때 터지는가
곡이 묻히면 아무도 지분을 묻지 않습니다. 돈이 0원이니까요. 분쟁은 금액이 생긴 다음에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는 대개 이런 상태입니다.
- 작업 당시 대화는 카톡으로 흩어졌거나 지워졌습니다
- 프로젝트 파일의 수정 이력만으로는 창작 기여를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 각자 자기 기여를 실제보다 크게 기억합니다 (악의가 아니라 인지의 문제입니다)
- 이미 협회에 누군가가 지분을 신고해 버렸습니다
마지막이 특히 곤란합니다. 먼저 등록한 사람의 신고 내용이 기본값이 되고, 이의를 제기하는 쪽이 입증 부담을 집니다.
스플릿 시트란 무엇인가
거창한 계약서가 아닙니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 그날 적어서 다 같이 서명하는 종이 한 장입니다.
법에서 정한 양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중에 증거로 쓰이려면 이 항목들이 있어야 합니다.
- 곡 제목 (가제라도)
- 작업 날짜와 장소
- 참여자 전원의 본명, 예명, 연락처
- 항목별 지분: 작사 / 작곡 / 편곡을 따로
- 소속 신탁단체 (음저협 / 함저협 / 미가입)
- 전원 서명 또는 서명 이미지
가장 흔한 실수: 저작권과 인접권을 섞는 것
“5:5로 나누자”는 합의가 나중에 깨지는 이유가 대부분 이겁니다.
무엇을 5:5로 나눈다는 겁니까? 곡의 저작권입니까, 음원 판매 수익입니까, 아니면 둘 다입니까?
권리 지도에서 봤듯이 이건 완전히 다른 권리입니다. 스플릿 시트에는 저작권 지분만 적는 게 원칙입니다. 실연자 몫과 음반제작자 몫은 별도 문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한 장에 다 적고 싶다면 표를 나누세요.
| 참여자 | 작사 | 작곡 | 편곡 | 실연 | 제작 지분 |
|---|---|---|---|---|---|
| A | 100% | 40% | — | 보컬 | 50% |
| B | — | 40% | 30% | 기타 | 50% |
| C | — | 20% | 70% | — | — |
이렇게 적어두면 나중에 “우리 5:5였잖아”라는 말이 나올 여지가 없습니다.
두 번째 실수: 합이 100%가 아닌 것
의외로 자주 벌어집니다. 작곡 지분을 A 40%, B 40%, C 30%로 적어놓는 식입니다. 협회 등록 단계에서 반려되고, 그 시점에 다시 연락을 돌려야 합니다.
각 항목별로 합이 정확히 100%인지 확인하세요. 서명 전 마지막 절차로 삼으면 됩니다.
세 번째 실수: 편곡을 빼놓는 것
“편곡은 원래 지분 안 주는 거 아니야?” — 아닙니다. 편곡은 저작권 지분이 붙는 창작 행위입니다.
다만 관행상 편곡 지분을 인정하지 않거나 낮게 잡는 경우가 있고, 곡에 따라 실제 기여도가 크게 다릅니다. 관행이 어떻든 그날 합의한 내용을 적으면 됩니다. 문제는 안 적는 것이지 몇 퍼센트냐가 아닙니다.
어색함을 없애는 법
가장 큰 진입 장벽은 법률이 아니라 분위기입니다. 작업 끝나고 “지분 정하자”고 하면 계산적으로 보일까 봐 다들 안 합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꾸면 됩니다.
작업 시작 전에 꺼내세요. “우리 나중에 헷갈리니까 오늘 끝나면 스플릿 시트 하나 쓰자” 라고 미리 말해두면, 그건 계산이 아니라 절차가 됩니다.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정하는 거라 오히려 공정하게 나옵니다.
곡이 잘 된 다음에 정하면 그때부터는 협상입니다.
정하기 애매하면
- 동률로 나누세요. 참여자 3명이면 각 33.3%. 완벽하진 않아도 아무것도 안 적은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 나중에 수정할 수 있습니다. 전원이 동의하면 개정본을 쓰면 됩니다. 확정본을 처음부터 만들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못 쓰는 게 최악입니다.
- “추후 협의”라고 적지 마세요. 그 문구는 아무 효력이 없고, 분쟁 시에는 합의가 없었다는 증거로 쓰입니다.
보관
- 서명본을 PDF로 만들어 참여자 전원에게 메일로 발송하세요. 발송 기록 자체가 날짜 증거가 됩니다.
- 원본은 각자 보관합니다. 한 사람만 갖고 있으면 그 사람이 연락 두절될 때 곤란해집니다.
- 협회 등록 시 신고한 지분과 스플릿 시트가 일치하는지 나중에 대조하세요. 등록 단계에서 숫자가 틀어지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10분이면 끝납니다. 3년 뒤의 분쟁은 10분으로 안 끝납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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